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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 2

Posted 2009/10/13 00:00 by 푸른 수리

“그랬다. 어떻게든 보호해 보려고, 어떻게든 신경 딴 데로 끌어보려고 재잘거렸다. 무슨 면접을 그렇게 황당하게 하나 싶었고, 그런데도 너 잘렸을 거라고 생각했다. 난 그런 거 몰랐다. 면접 점수로만 합격 결정할 수 없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생각도 못했고, 36점 다 깎이고도 네가 합격한다는 것도 몰랐다. 너 장학금 받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...... 학교에서 너 다시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...... 그랬다. 내가 첨 너 본 건 그렇게 놀랄 일이었다. 난, 원서 낼 때는 너 못 봤어. 너만 나 본 거야. 다시 너 보니까 정말 반가웠어. 그래서 나 아느냐고 물었더니, 한참을 유리 이야기만 해...... 너,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거 그 때야...... 한참이 지나서야 내게 말할 기회를 줬잖아. 그래서 그랬지. 무슨 면접을 그렇게 전투적으로 했냐고 했더니, 라틴어 할 줄 아느냐고 물었지...... 이은영 교수한테 여기서 혹시 라틴어 가르쳐주나요 했었던 네 말이 생각났어...... 네가 나 이은영 교수처럼 싫어하는 줄 알았어......”

“너도 알지, 네 눈이 얼마나 예쁜지...... 그런데, 가끔 그래, 네 눈 정말 차가워...... 날 얼어붙게 한다...... 그렇게 예쁜 데...... 그렇게 차가워...... 사람 아닌 것처럼 차가운 눈...... 네가 가지고 있어...... 그 눈으로 어떤 사람들을 본다...... 내가 그런 사람 아니었으면 싶었어...... 네가 차갑게 보는 사람으로 내가 남는 것 싫었어. 옆에서 보고만 있는데도, 난 무서웠어...... 네가 그런 눈으로 나 보는 것 아닐까...... 나도 안 착한데...... 네가 차갑게 보는 사람들...... 어떤 사람인지 안다...... 나도 그럼 사람 아닐까...... 누나고...... 네가 심한 장난도 치고......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인데도...... 내가 안 착하면...... 내가 숨겨놓은 마음을 네게 보이면...... 네가 그런 눈으로 나 보는 것 아닐까 걱정 했다. 너한테 화냈다가도 난 떤다...... 왜 그래요 그러는 눈 보면 할 말이 없어...... 너는 맑고...... 나는 안 맑아서 생기는 일이었으니까...... 그랬다...... 화났어요 그러면...... 그랬다...... 화 안 났다고......”

“사람들한테 이용만 당하는 줄 알았어...... 늘 양보하고, 늘 희생하고...... 그래서 지켜주고 싶었다...... 내가 대신 화내다가...... 너한테 혼났다...... 누나가 뭔데요 하는 말 정말 아팠다...... 너...... 사람한테 안 다칠까 늘 걱정했었다...... 시위 나가는 것도 그렇고, 사람 믿는 것도 그렇고...... 세상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아는 데...... 누구나 다 아는 데...... 넌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 모른다고...... 그래서 그랬다...... 바보야, 좀 편하게 살아보라고...... 그랬다가...... 네가 누군지 알았어...... 편하게 살려면 인간으로 안 태어났어요...... 그랬어...... 그냥 혼잣말처럼...... 그랬어...... 그런데...... 네가 누군지 보였어...... 머리카락은 땅까지 닿고...... 온 몸엔 빛이 나고...... 천사들이 모두 네게 무릎 꿇고 고개도 못 들고 있고...... 천사 하나만 네 옆에 서 있을 수 있고...... 여신이지...... 천사 아니었어...... 네 종교에서 여신 있으면 안 되겠지만, 넌 하나님도 그 아저씨라고 그랬었잖아...... 그 아저씨가 속이 좀 좁아요 그랬지...... 그런 환상을 봤었어...... 그런데 환상 아닌 거 알아...... 내가 환상과 실제도 구분 못하는 바보는 아니거든...... 그저 내가 너 너무 높게 보는 건가 싶었지. 널 그렇게 내가 그려내는 줄 알았어.”

“머리카락 때문에 그랬다...... 너 머리카락 헝크는 거 정말 좋아하잖아...... 난 네가 내 머리카락 손대면 늘 조마조마하면서도...... 너한테 늘 잡히고...... 빗 있어요 물어보면 없다고 거짓말 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...... 그런데 나중엔 그런 말도 안 하고 헝클어...... 도망친다...... 잡히려고 도망친다...... 도망치면 잡혀도 네가 안 헝크니까...... 그랬더니 네가 머리카락에 손 안 댔었어...... 괜히 도망쳤다 싶었다...... 그랬다...... 그냥 헝클게 둘 걸...... 왜 머리카락 안 헝클어 그랬지...... 그러더라...... 경희 머리카락 헝클어요...... 그랬었지...... 경희가 착하거든요...... 넌 그랬어...... 착한 것하고...... 너 좋아하는 것도 구분 못했어...... 그래서 난 너한테 늘 착하기만 했던 거고...... 그렇게 생각했어...... 그런데...... 그 일 때문에 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어...... 네가 사람 차갑게 보는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 시선인지도 알았고...... 나는 바로 그랬다...... 너한테 누나로만 남았다...... 늘 착한 사람으로만 남았다. 그리고 시간이 참 허무하게 흘렀다. 어떤 날...... 네가 네 모습 보여줬었다. 난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던 모습...... 네 머리카락이 땅에 닿는 모습...... 네가 라틴어 할 줄 아느냐고 물었을 때...... 네 머리카락이 그렇게 길었지...... 난 그걸 환상이라고 넘겼었는데...... 그리곤 그랬지......  그래요...... 그랬지......”

“그리곤 술 언제 사 달라고 할까를 생각했지...... 분명 세 번인데...... 두 번만 그러고 안 그랬잖아...... 난 그랬지...... 언제든지 술 사달라고 하라고...... 그런데...... 넌 술 사달라는 말을 아예 안 해...... 술 마시면 나는 취하지...... 넌 안 취하고...... 난 마음에 있는 말 다 해 버리고...... 넌 듣기만 하고...... 하긴 다 하지는 못했다...... 그런데 숨긴다고 숨겨도 들키잖아...... 그냥도 들키는 데...... 네가 잘 지낸다고 생각하고 지냈어...... 좋은 사람 만났고...... 그리고 그 사람이 네가 누군지 알 거고...... 그렇게 둘이 잘 지내겠지...... 그랬다......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애인이니 그 사람은 행복할거고...... 그랬다...... 넌 사람을 착하게 만들어버리니까...... 네가 사귀는 사람도 착해졌을 거고...... 실제로 그랬잖아...... 아무리 못된 사람도 네 옆에 있으면 착해지잖아...... 그냥 네가 쳐다보기만 해도 착해지는 데...... 자기 자신이 창피해져서, 자기 잘못을 뉘우치게 되는데...... 은선이랑 말장난 하는 거 보고...... 가끔 놀랐었다. 은선이가 너한테 꼼짝도 못하는 거...... 네가 뭐라 그러면 바로 은선이가 네 눈치 보는 거...... 그런데 그 애 때문에 내가 모르고 놓치고 있었지...... 은주...... 맞지? 늘 조용한 애...... 나랑 네가 이야기 하고 있으면 늘 물러서 있던 애...... 선미 때문에 알았어...... 난 선미 언니고 언니는 그냥 언니냐고 화내는 것 때문에 알았어...... 그리고 엄청 예쁜 애였잖아...... 처음 보던 날...... 바로 네 짝이라고 생각했었던 애였는데...... 은선이 때문에 놓치고 있었다...... 난 그랬다. 둘이 몰래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. 둘이 다 그런 사람들이니까...... 그런데...... 이상하지...... 네가 갑자기 군대 가 버렸어......”

“그리고 돌아와서는 더 이상하고...... 은주하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...... 네가 이야기를 안 한다...... 너하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...... 은주가 고개로만 인사하고...... 가 버리고...... 둘이 친한데...... 그랬어...... 여전히 둘이 연애를 하고 있구나 그랬어...... 연애를 이렇게 하는구나 싶었어. 그러다가 아닌 거 알았다...... 수정이...... 놀랐다...... 나 그 때 많이 놀랐었어......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구나 싶었다...... 은주한테 너 군에서 잘 지내니 하면 은주가 늘 그랬지...... 몰라요...... 언니가 알고 있지 않나요 그랬지...... 은주가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...... 나한테는 연기 안 해도 되는데도 연기 한다고 좀 서운하곤 했었는데...... 내가 착각을 했구나...... 그랬다...... 은주도, 나도...... 네가 어떻게 지내는 지 아예 모르고 있었는데...... 둘이는 그랬다...... 은주는 내가 네 이야기를 안다고 생각하고...... 나는 은주가 네 이야기를 안다고 생각하고...... 너한테 은주 이야기 꺼냈다가...... 네 차가운 눈 다시 봐야했고...... 난 그랬어...... 차갑다고 생각했어...... 무서웠어...... 애인 있는데 왜 다른 사람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렇게 느껴졌었어...... 아니라고 할 수밖에...... 그랬다...... 술 사달라는 말이 은주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...... 은주하고 네 이야기 들었거든...... 은주는 그랬어...... 너 성희 좋아하지 그러면 늘...... 예...... 그랬지...... 너한테는 한 번도 못 물어본 것 같아...... 아니면 내가 한 번도 안 물어봤지...... 너도 그렇다고 대답할 거 뻔한 이야기잖아...... 넌 사람을 좋아하니까......”

“피하라는 이야기 해 주려고 불렀다...... 그러려고 술 사달라는 말 한 번을 남겨놓았다...... 그럼 난 그래야겠지...... 네 뜻대로 움직여야겠지...... 그런데...... 그건 너무 참혹할 것 같다...... 다른 길은 없는 거야 하고 너한테 떼를 써보고 싶다...... 너한테 힘 있는데...... 분명...... 그리고...... 지금 네 뒤에 그 여신이 서 있는데...... 그리고 분명 천사들이 너를 향해 무릎 꿇고 있을 것 같은데...... 사람한테 그렇게 많이 실망한 거야? 다른 길이 아예 없는 거야? 그건...... 너무 한 것 같다...... 예전엔 그랬다...... 너 안 다치게 하려고...... 난 늘 마음 졸이고 있었다...... 너 말려보려고 했고...... 네 손 잡고 안 놓아주기도 했고...... 떼를 써보기도 하고...... 그 때마다 넌 늘 네 마음대로 했었다...... 지금도 그렇겠지...... 내 말은 너한테는 너무 작은 말일 뿐이고...... 네가 하는 행동이 사실 옳은 행동인 거...... 나도 아니까...... 늘 네가 옳으니까...... 그리고 사실 넌 늘 안 다치니까...... 지금도 그런 거야? 그냥, 난 누나니까...... 네가 배려해주는 것뿐이고...... 다른 모든 이들은 안 소중한 거야? 너...... 사람 아끼잖아...... 그게 내게 얼마나 고마웠는데...... 넌 내가 싫어하는 이들까지도 배려했었잖아......”

“미안해...... 네가 세상 모든 이보다 더 많이 다치고...... 내가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아팠고...... 이 일 때문에 또 그럴 거라는 것 생각 못했어...... 네가 아픈 거 견디고...... 결정 내린 거 몰랐어...... 그랬구나...... 그러자...... 난...... 네가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싶어...... 그래...... 난 늘 널 믿어.....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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